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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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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갑작스럽게 시작된 ‘백색 실명’. 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이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이를 전염병으로 규정한 정부의 격리 조치.

그러나 백색 실명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그녀는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인간의 본성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실명의 공포 속에서 처음에는 협력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다.

명예와 지위가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사라진다. 생존을 위해 배신하고, 싸우고, 타인을 지배하려는 모습은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그녀는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려 한다. ‘두 눈이 보인다’는 우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식하는 대신 모두를 돕고자 한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러니하면서도 감동적이다.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데, 오히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그녀만이 끝까지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한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선을 행하면 함정에 빠지기 마련이고, 죄와 악을 행하는 자는 대체로 운이 좋다 라는 문장은 이어질 그녀의 상황을 암시하는 것 같다.

눈이 보인다는 이유로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희생하며, 그 과정에서 눈먼 자들은 자신의 유리함을 위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속에서 고민하고, 포기하려는 모습도 나타나지만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려는 그녀의 모습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눈이 보였기 때문에 인간성을 유지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만 실명되지 않은 것 아닐까?

저자가 나에게 ‘당신은 눈뜬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마치며

이 감상문을 작성하며 작품 해설과 비슷한 형식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 당시 어렴풋했던 감상이 해설을 통해 정리되었고,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글에 반영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불편했던 부분도 있었다.

첫번째는 문장 부호가 거의 사용되지 않아 가독성이 떨어졌다. 작품 해설에서는 이를 통해 독자의 집중력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가 말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아 읽기가 쉽지 않았다.

두번째는 작품 속 폭력과 성적 묘사가 너무 적나라했다. 인간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읽는 동안 불쾌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스릴러처럼 느껴지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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